[기사]우운택 “메타버스 궁극적 목표… 경제적 가치보다 인간의 행복”
September 17, 2021 | news, 2266views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한다면 사라지는 기술 될 수 있어”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메타버스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행복’이어야 합니다.”

우운택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은 16일 오전 줌(ZUM)을 활용한 공감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 원장은 메타버스 관련 각종 포럼과 강연에서 섭외 1순위 대상인 국내 대표 메타버스 전문가다. 현재 기획재정부 메타버스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우 원장은 “메타버스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서도 “경제적인 가치 창출에만 관심을 둔다면 금방 사라지는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가 아무리 높더라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면, 이를 포기하고 그보다 경제적 가치가 조금 낮더라도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우운택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물리적 만남에 제약이 생기면서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에 흡수되고 있다.

우운택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우운택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Q.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현실과의 연동으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확장 가능한 가상세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나아가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결돼 있어 컴퓨터 전원을 끄고 켰다고 해서 리셋(Reset·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구 전체나 일부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되지 않는다. 내가 컴퓨터를 꺼도 그 세계는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지속가능한 가상세계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가상현실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세상 속에 사람을 집어넣어서 몰입시키는 기술이다. 그래서 그래서 주로 혼자 체험하는 고스트타운이자 매번 새롭게 리셋되는 공간이라서 소통이나 협력에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의 경우는 현실 공간에 필요한 정보를 가져와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모두 메타버스의 중요한 기술이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 있는 거다.

Q. 기술적 측면에서 메타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상과 현실 공간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의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으며,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메타버스의 목표로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 주신 것처럼 현실을 가상세계로 옮겨와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이 한 방향이라면, 또 다른 방향은 현실에서 필요한 정보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전자가 3D, 컴퓨터그래픽(CG)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방점을 둔다면, 후자는 거기에서 우리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생산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 두 가지 측면은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두 가지가 섞였을 때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훨씬 유익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질문 주신 내용에 답을 하자면, 현재도 상당히 잘 하는 수준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 기술은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영역과 그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플랫폼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플랫폼 기술 역시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센서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 진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 감각들을 (메타버스 세상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Q. 메타버스가 대세 기술로 자리매김했다고 가정할 때,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있을까.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에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자동차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마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한 사람도 있었다.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다. 굳이 예상해보자면 현재와 전혀 다른 개념의 회사, 생각지도 못한 학교가 등장할 수 있다.

학교의 변화를 상상해보자. 지금은 학교라는 건물이 있고 학년과 반이 나뉘어 있으며 선생님과 학생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학년과 반이 없으며 선생님과 학생의 구분도 사라질 수 있다. 각자 문제를 풀다가 어려운 게 있으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는 거다. 전세계 다양한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있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다.

일하는 방식도 바뀔 수도 있다. 지금은 사무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고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프로젝트 중심의 굉장히 유연한 조직이 나타날 수 있다. 회사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어느 정도 보상을 주면 전 세계 전문가가 모여서 문제를 같이 풀고 흩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운택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우운택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Q. 메타버스 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 문제들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일상에서 접하는 사람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전 세계 이용자가 모이는 만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문화 같은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나름대로 그러한 콘텐츠를 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Q. 최근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메타버스 관련 웹세미나에서 ‘모든 기술 혁명은 사람이 행복한가에 초점 맞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기술은 사람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이 사람의 능력을 확장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데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상세계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해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그 경제적 가치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경제활동도 결국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기술을 평가하는 척도를 바꿔야 한다. 대표적으로 보는 게 비용 대비 효과인데, 투입된 비용에 비해 효과가 조금은 덜 극대화되더라도 그게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과감하게 채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경제적인 가치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람에 대한 가치,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것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이제는 왔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어렵고 철학적인 문제다. 나는 메타버스가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그동안 물리적인 세상에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 왔다. 이후 컴퓨터를 발명해서 디지털 세상을 만들었고, 이를 물리적인 세상과 결합하는 메타버스라는 개념까지 탄생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인간이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다. 우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한다면 메타버스도 반짝 주목받고 사라지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대담=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염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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